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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생활/Phuket

일하러 가는 길에 교통사고로 경찰서 다녀왔어요!

by Anchou 2018. 1. 26.


며칠 전 꿈자리가 뒤숭숭하더라니...

결국 일이 터지고 말았습니다.

일하러 빠통에 도착하자마자 차사고가 났습니다.

3년동안 스크래치도 없이 아끼면서 잘 타고 다닌 애마가 한 순간에... 흑흑.

여긴 빠통 초입입니다. 푸켓은 워낙 교통이 무법천지인지라 방심은 금물이지만 이 빠통의 경우엔 특히 주의해야 하는 곳이에요. 택시와 미니버스의 난폭운전과 균형 잃은 오토바이들이 휘청대며 다른 차량들을 위협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기 때문인데요. 요즘은 중국인 관광객들이 면허도 없이 오토바이를 빌리는 탓에 급제동 사고나 운전미숙 사고도 많이 발생합니다. 오늘 저와 사고가 난 차는 바로 미니버스, 우리가 흔히 미니벤이라고 부르는 차량입니다.



사고가 나자마자 현장 사진부터 찍어두었습니다. 차를 이동시키기 전에 현장 사진을 찍는 건 아주아주 중요하거든요. 특히 외국인들에게는 경찰이 현장에 왔더라도 큰 부상이 없을 경우엔 바로 내려서 사진부터 찍어두어야 합니다. 사진을 찍는 도중에 근처에 있던 교통 경찰이 출동했습니다. 보통은 경찰이 이렇게 빨리 오지 않는데 빠통은 교통도 복잡하고 워낙 사건, 사고가 많은 곳이라 그런지 단박에 출동했네요. 경찰이 오면 경찰서로 가서 과실을 묻고 합의를 해야하기 때문에 시간이 더 많이 소요됩니다. 웬만하면 보험사를 불러서 쌍방의 보험사 직원과 함께 현장에서 합의하는게 더 빠른데 일단 경찰이 와서 일이 복잡해졌습니다.




사건 현장이에요. 앞의 흰색 혼다 HR-V 차량이 제 차이고 도로를 가로질러 세워진 회색 미니버스 차량이 상대 차량입니다. 저희 때문에 잠깐 빠통 시내 교통이 혼잡해졌을 것 같아 미안하기도 하네요. 그래도 현장 사진을 꼼꼼히 찍어둬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태국사람들끼리 말을 맞춰서 저 하나를 가해자로 모는 건 순식간입니다. 태국이 미소의 나라, 사람들도 순하고 친절하다고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는 예외랍니다.




다행이 순간 반대차선에 차량이 없길래 그쪽으로 커브를 튼 덕분에 큰 사고는 면했습니다. 아녔으면 문짝이 박살났을 거에요. 위 사진 상에는 뭔가 떨어져 나가서 많이 망가진듯 보이지만 약간의 스크래치와 뒷바퀴 범퍼만 깨졌더라구요. 그래도 속은 상합니다. 뭐, 일어난 일 어쩔 수 없지요. 경찰에게 운전면허증을 제출한 후, 사진 촬영을 마치고 덜렁거리는 범퍼를 질질 끌고서 빠통경찰서로 향했습니다. 도착하자마자 보험사에 전화해서 사고 접수를 하니 근처에 있는 보험사 직원이 직접 경찰서로 와주었습니다. 상대편 보험사도 마찬가지구요.




제가 가입한 보험은 타나찻(Thanachart insurance) 1st class 등급입니다. 일이 생길 때마다 느끼지만 빠르고 친절합니다. 삼천포로 빠져서 말씀을 드리자면 태국 차량 보험은 우리나라와 약간 다른데 보험은 대개 1, 2, 3등급으로만 나뉘고 우리나라처럼 대인, 대물, 책임 등의 특약이 없습니다. 1등급은 횟수에 관계없이 1회 보장 한도 금액 내에서 어떤 사람이 운전을 하든 다 보장이 되고, 2등급은 1회 보장 한도 금액과 책임 범위가 좁아지는 정도로 그 구분이 심플합니다. 저는 1등급이라 별 다른 수리비는 나오지 않을 것 같습니다. 다만 다음 보험 갱신에서 할인을 못받게 되는 점이 속쓰립니다. 보험사에서는 무사고 챠량이 다음해 갱신 시에 보험료를 최대 15%까지 할인해주거든요. 이젠 그 혜택은 빠이...또르르.

아무튼 그 직원에게 경위를 설명했더니 이렇게 타블렛에 상황판도 만들어서 기록해두네요. 저 흰차량이 접니다. 저는 직진 중이었고 상대 차량이 골목에서 나와 우회전으로 나온 상황인데요. 결론은 상대 차량이 잘못이라는 거에요. 무조건 직진 우선. 상대 차량 운전자는 억울하다고 열변을 토했다가 경찰에게 혼만 났습니다. 어쨋거나 직진차량이 우선이라 차량이 없을 때 우회를 해야한다는 거였는데요. 보통은 두 운전자 사이에 사인이 맞으면 서로 배려하여 좋게좋게 가는건데 그렇지 못했던 저도 좀 미안한 마음이 들더라구요.

결국 상대 운전자는 그 부분에 대해 경찰서에 2,000밧 벌금을 내고 차량수리는 각자의 보험사에서 처리하기로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합의한 것에 대해 사인을 하고 운전면허증도 돌려받고 2-3시간만에 경찰서에서 탈출할 수 있었네요.

이번 사고로 느낀 점이 몇 가지 있는데요.

첫번째, 쌩뚱맞지만 바퀴쪽도 범퍼, 가드가 있는게 좋구나

두번째, 더 여유를 가지고 양보하는 마음을 가져야겠구나

세번째, 사고가 생길수록 침착해야 슬기롭게 대처할 수 있다

네번째, 작은 사고로 무탈하게 큰 배움을 얻은 것 또한 감사하구나

하는 것입니다. 물론 사고는 안나는 것이 가장 좋겠지만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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