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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생활/Phuket

2018 무술년에 받은 황금 개 봉투 (feat. 중국 웨딩 문화)

by Anchou 2018. 2. 5.



지난 3일동안 연속 업무에 휩싸여 시간이 가는줄도 몰랐네요.

저는 웨딩과 관련된 일을 하고 있는데요. 직업 특성상 일을 하다가 종종 팁을 받긴 하지만 즉석에서 주시는 것들이 대부분입니다. 그런데 가끔 대만, 홍콩, 싱가포르 등지에서 오시는 분들의 웨딩에서는 스태프인 저에게도 준비한 봉투를 주신답니다.

이 봉투는 중국계 웨딩의 한 문화로 신랑, 신부측 부모님들께서 소정의 돈을 빨간색, 황금색 봉투에 담아 웨딩에 참석한 하객들에게 나누어줌으로써 고마움을 표하고 복을 나누어주는 의미 정도입니다. 대부분 '티 세레모니(Tea ceremony)'라고 하는 중국 전통 혼례 의식을 할 경우에 이 티 세레모니를 마친 후 봉투를 주십니다. '티 세레모니'는 우리나라의 폐백과 상당히 비슷한데요. 실제 예식과는 별도로 진행되며, 우리나라 한복을 혼례복으로 입는 것처럼 차파오 형식의 혼례복을 갈아 입습니다. 양가 어르신께 신랑과 신부가 술 대신 차를 올리면 어르신들은 신랑, 신부에게 덕담과 함께 봉투나 선물을 나누어 줍니다. 선물을 대부분 순금으로 된 귀금속을 신부 몸에 걸어주는데 그 클래스가 우리나라와 사뭇 다릅니다. ㅎㅎ


이곳 푸켓에서 세계 여러나라 사람들의 웨딩을 지켜보니 결혼식 규모라는게 어느 국가의 문화적 차이라기 보다는 개개인의 차이에 따라 웨딩을 하는 규모도 천차만별이 된다는 표현이 더 맞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떤 사람들은 우리가 상상하지도 못할 만큼 성대한 웨딩을 몇 차에 나누어 진행하기도 하고, 온전히 둘만의 웨딩을 진행하는 사람들도 있어요. 전자의 사람들은 물론 돈이 많거나 웨딩 자체에 대한 로망이 아주 큰 사람들이라면 후자는 아직 여유가 되지 않거나 웨딩이 주는 의미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보통이겠죠. 전에는 단순히 금전적인 상황이 되는지 안되는지로 판단했었는데 이곳에서 관련된 일을 하다보니 그건 제 편견이었다는걸 느끼게 됩니다.

우리나라에서 살면서 생긴 편견이었어요.

정말 돈 많고 잘나가는 사람들도 자신들의 가치 척도에 따라서 둘만의 웨딩을 하는 경우도 많고, 살면서 가장 중요한 하객들만을 초대해서 작은 규모로 더 온전히 그들을 배려하려는 경우도 꽤나 많았으니까요. 돈이 없어도 빚을 내서라도 누구보다 럭셔리한 웨딩을 하는 사람들도 많았구요. 돈이 넘치게 많아서 성대한 웨딩을 하는 사람들도 많았습니다. 그래도 가장 중요한건 각자가 가진 가치의 차이였습니다. "어느 정도는..."이라는 타인의 눈높이가 없다는 것. 물론 그런 잣대를 가진 사람들도 역시나 많았습니다. 다만 국가와 인종별로 드러나는 차이만은 아니라는 점에서 뭔가 깨지는 느낌이었어요. 우리나라 웨딩 문화도 그렇고 전반적으로 허례허식을 격식이라 착각하는 문화는 좀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크... 중국식 웨딩 문화를 이야기하다가 또 삼천포로 빠져버렸네요. ㅋㅋ

아무튼 중국식 웨딩을 하다보면 이렇게 스태프인 저에게도 이렇게 봉투를 주시는 어르신들이 계십니다. 개의 해를 맞이해서 봉투도 '복'자가 새겨진 황금 개가 그려진 봉투를 받았답니다. 봉투엔 홍콩달러 100달러가 들어있었어요. 어느 분들은 "오아!" 라고 하시거나 또 어느 분들은 "애계~" 라고 하시겠지만 하객이 아닌 혼주가 하객에게 오히려 봉투를 주는 이 문화, 신선하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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