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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생활/Phuket

#1_푸켓에서 육로를 통해 방콕으로

by Anchou 2020. 6. 22.

정말정말 오랜만이에요!

저는 한국에 들어와서 14일간의 자가격리를 끝내고 20일부터 완전한 자유인(?)이 되었답니다. 저 먼저 미리 입국해서 신랑과 달둥이를 위해 이런저런 준비들을 해놓고 일도 먼저 하고 있는게 나을 것 같다고 판단해서 저 혼자 선발대로 들어오게 되었어요. 그리고 당시 푸켓은 공항이 무기한 폐쇄된 상태였기 때문에 달둥이를 데리고 육로를 통해 14시간 정도 걸리는 방콕에 데려가서 또 비행기를 태우는 것도 무리가 있었거든요.

푸켓의 육로도 폐쇄되어 있다가 오픈된다는 소식이 들리자마다 대사관의 육로통행과 관련한 협조공문을 받아 방콕에 가서 방콕에서 인천행 비행기에 오르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저와 함께 가기로 한 지인분과 함께 새벽 4시에 프라이빗 택시를 섭외해서 방콕으로 향했어요.

이 모든 일이 불과 2~3일만에 결정되었기 때문에 급작스럽게 정리해야할 것들이 많았습니다. 짐도 싸야하고 주변 분들께 드릴건 또 드리고... 차도 없는 상황이라서 일일이 찾아다니며 인사를 드리지 못한게 못내 아쉽네요.

택시가 오기로 한 시각인 4시까지 꽉꽉 채워 짐을 싸고 부랴부랴 샤워를 마치니 3시 50분! 하마터면 늦을뻔!

이렇게 정신없이 신랑과 달둥이를 푸켓 집에 남겨두고 택시에 짐을 실었습니다.

이런 상황을 아는지 모르는지 무심한 달둥이

어디서든 머리만 대면 잘 자는 편이라 택시에서도 미친듯이 자면서 길을 떠났더랬습니다. 중간중간 기사 아저씨가 휴게소에 세워줬지만 비몽사몽 간이기도 하고 딱히 나가서 사람들과 접촉하는 것이 껄끄러워 그냥 차에서 계속 잤네요. ㅎㅎ

방콕으로 가는 길에 춤폰이라는 지역이 있는데 저와 동행한 지인이 키우던 고양이(말리)를 또 다른 지인분에게 입양보낸다고 하시기에 근처 휴게소에서 데려가기로 한 태국분을 기다리기도 했습니다.

차를 처음 타보는 고양이가 멀미를 한듯해서 산책도 좀 시켜주고, 태국분을 기다렸어요. 잘가, 말리.

몰랐는데 저희가 너무나 빨리 와서 오기로한 태국 지인분이 연락두절이라 한바탕 작은 소동이 나기도 했습니다. 다행이 뒤늦게 도착한 그분들도 저희가 오기로 한 시간보다 한시간이나 일찍 도착해서 당황하신 것 같더라구요. 다행이 고양이 말리는 새 주인을 잘 만났지요. 말리를 보내면서 눈물이 터진 지인분... 그치만 데려갈 수 없는 상황이니 이렇게 새 주인을 만난 것도 참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요번 휴게소에서는 밥을 좀 먹자던 기사 아저씨의 이야기에 바람도 쐴겸 내려봤어요. 저희가 타고온 택시입니다. 짐이 워낙 많았어서 저희 두사람 짐이 다 들어갈지 걱정이었지만 걱정했던 것과는 다르게 아주 여유로웠던 차.

화장실이 아닌 공간에서도 야외에서 저렇게 손을 씻을 수 있도록 여러곳에 수도와 손세정제를 비치해두었더라구요. 이런건 우리나라보다 더 적극적인 것 같아서 좋았어요.

간단히 제가 세븐일레븐에서 가장 즐겨먹던 야채 빠오를 아침으로 먹고 다시 차에 올랐습니다. 이게 뭐라고 또 그리워질 것 같아 찰칵!

그리곤 다시 잠이 들었다가 깼는데 저보고 참 잘잔다고 웃으시던 지인분이 방콕이라며 저를 깨웠어요! 오오오! 도시!!!

사실 저는 푸켓 촌사람이라서 방콕은 처음이었거든요. 이렇게라도 보게 되다니 감개무량합니다!

태국도 동남아 치고는 상당히 빠르게 발전한 나라라고 생각해요. 아직 지역차가 심하지만 방콕의 모습은 마치 홍콩과 말레이시아를 섞어놓은 것 같은 느낌을 많이 받았습니다.

들떠서 이곳저곳 둘러보는 사이 벌써 공항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어요. 수완나폼 국제공항.

코로나로 인해 공항의 모습은 아주아주 한적해보였습니다. 입구는 모두 폐쇄되어 있고 딱 한군데로 출입이 통제되고 있었어요.

여기까지 푸켓에서 정확히 12시간이 걸렸답니다. 같은 시기에 방콕에 간 다른 분들은 길게는 17시간도 걸렸다는데 저희는 대부분 휴게소에서 내리지 않고 쉼없이 엄청나게 달린 덕분인지 예상보다 너무나 일찍 도착해서 당황쓰! 저희가 탈 항공은 대한항공이었는데 출발시간이 밤 11시 30분이었거든요. ㅎㅎㅎ

공항은 인천공항과 비슷한 모습이었어요. 푸켓공항의 확대판 같기도 했구요.

생각보다 사람들이 별로 없어서 부담없이 실내에 들어와 있었습니다. 카트를 물티슈로 다 닦고 다시 화장실에 가서 여러번 손도 닦고, 그랬지요.

모든 좌석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고 있었고 100%의 사람들이 잘 따라주고 있었습니다. 다만! 저희가 본 서양사람들은 여전히 50% 이상이 마스크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거나 아예 미착용하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태국에서는 마스크 미착용시 20,000밧(한화 약 90만원) 정도의 벌금이 부과되는데도 불구하고 법을 이기는 자유를 외치는 사람들이 있더라구요.

한 가지 당황스러웠던건 제 캐리어 모퉁이가 깨진 상태라 공항에 와서 랩핑 서비스를 받아야지 생각하고 그대로 들고 왔는데 글쎄 코로나 때문에 무기한 영업 중지 중이더라구요. 나중에 근처 마트 1곳이 문을 열어서 테이프를 사다가 임시로 칭칭 감고오긴 했지만 크게 당황했습니다. 나중에 수완나폼 공항 이용하시는 분들은 참고하세요.

또 한가지, 저는 비행기에서 마스크 벗는게 염려되어서 물도 화장실도 식사도 하지 않을 계획이었습니다. 그래서 미리 여기에서 끼니를 해결하고 싶어서 봤더니 다른 식당가는 전부 운영을 하지 않고 있고 스낵과 음료 자판기만 딱 있더라구요. 이거라도 먹어야하나... 고민하던 즈음 공항 직원분들이 자꾸 어디에서 포장음식을 하나씩 들고 오는겁니다. 어디에서 들고오는지 계속 지켜보다가 이런 제 모습이 안타까웠는지 지인분이 직접 직원분을 붙들고 이거 어디서 샀냐고 물어보고 오더라구요. ㅎㅎㅎ

공항 지하 1층에 딱 한군데 문을 연 곳이 있었으니 바로  airport street food. 푸드코트입니다.

입구에서 QR코드로 출입 체크를 하고 열체크를 한 후 입장. 이 QR코드로 출입 명단을 추적하는건 우리나라보다 태국이 훨씬 잘 되어 있는 것 같긴 해요. 현재 우리나라에서는 노래방이나 주점 등에서만 실시하지만 태국에서는 대형 마트나 몰 등 사람의 출입이 많은 곳에서는 의무적으로 실시하고 있거든요.

TMT... 사실 태국도 확진자 통계와 추적이 우리나라만큼 투명하고 적극적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걸 국민들은 쉬쉬하지만 대부분 인지하고 있어요. 그래서 1명대 확진자수라고는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죠. 그런 나라에서 이런 경로 추적 시스템 관리 등에 대한 액션은 또 빠릿빠릿 잘 합니다. 이게 이 국가에서 과연 얼마나 효용성이 있을지는 의문이지만 말입니다. 차라리 이런 적극적인 경로 추적 시스템은 우리나라처럼 공개적이고 적극적으로 검사하는 나라에서 필요한 제도(?)가 아닐까 잠깐 생각해봅니다.

여튼 이런 푸드코트에요. 제가 촬영한 사진은 일부이고 이 2배 정도 되는 면적입니다.

태국에서의 마지막 만찬(?)은 뭐가 좋을지 고민하느라 2바퀴를 돌았네요!

디저트로 태국식 아이스크림을 먹을까도 했지만 나중에 배탈이 염려되어서 아쉽지만 패스했어요. 또르륵...

저는 요기를 픽했습니다!

마마카무-.

간장과 고기 육수로 국물을 낸 마마면에 돼지 다릿살을 올려 나오는 음식이에요. 마마면을 좋아하기도 하고 태국 돼지고기는 그냥 맛있으니까요!

요기는 특이하게 금액별 쿠폰을 10밧과 5밧 단위의 종이 표 뭉치로 받아서 화폐처럼 지불하면 됩니다. 중간에 절취선은 자르지 않고 온전한 한장을 다 주시면 되요. 뭉텅이로 줬다간 간혹 음식점에서 잘못 뜯어가는 일도 생기니까 금액에 맞게 잘 세어서 주셔야 한답니다. 그리고 남은 금액은 입구의 카운터에 반납하면 차액만큼 돌려받을 수 있습니다.

마마면이 나왔어요! 아마도 면 2개를 넣은 듯! 꼬들한 면상태를 좋아하기 때문에 살짝 덜익은듯한 비주얼이 좋았습니다.

마지막이니 만큼 태국에서 제대로 즐길 수 있는 후레쉬한 코코넛 주스와 함께!

앗... 그런데... 제가 생각했던 마마면이 아니었답니다. ㅋㅋㅋㅋ 짜도 짜도 이렇게 짤 수가! 태국에서 먹어본 음식중에 최고로 짰던 것 같아요. 간장을 졸여서 더 짜게 만든 후 물을 사용하지 않고 그대로 먹는 맛이랄까요? ㅋㅋㅋㅋㅋ

제 옆 테이블에서 다른 음식점 음식을 주문해서 먹었던 지인분도 먹을 때마다 적응이 안되는 짠맛이라고 하는걸 보니 이 푸드코트 전체가 많이 짜구나 싶었답니다. 그래서 코코넛주스로 위안을 삼으며 먹었더랬죠. 마지막 식사를 이렇게 끝내다니... 그래도 코코넛이 다했다고 칭찬하면서 안에 있는 흰 과육까지 싹싹 긁어먹고 나왔습니다.

식사만 마치고 나왔을 뿐인데 북적북적해진 공항 모습에 완전 당황했더랬죠. 알고보니 대부분의 항공편이 밤에만 있어서 다들 저녁 시간에 맞춰 온거였더라구요. 이 많은 사람들과 (특히 델타항공과 합승한다는 사실에...불안이 엄습) 함께 항공기를 타야한다니... 좋다가 말았습니다. 한국분들도 꽤 있었지만 델타항공과 합승해서 가야하는거라 서양사람들도 많이 보였고 특히 마스크를 제대로 쓰지 않고 턱에만 걸친 턱돌이와 턱순이들 때문에 신경이 날카로워지더라구요.

제발 무사히 도착하길 기도하며...

이상 푸켓 - 방콕까지의 포스팅을 마칩니다. 2주 사이에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는데 하나하나 남겨보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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