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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생활/Phuket

오늘은 정말 이상한 날

by Anchou 2020. 5. 28.

오늘은 정말이지 이상한 날이었어요.

아침에 눈을 떠서 핸드폰을 확인해보니 목사님의 부재중 보이스톡이 2통이나 와있었습니다. 무슨 일이시지?라고 생각하면서 늦잠을 자서 보이스톡을 못받아서 죄송하다는 톡을 보내드렸어요. 그리고 5분쯤 지났나? 갑자기 초인종이 울립니다. 띵동-

달둥이 간식을 온라인 주문한게 있어서 그 택배가 온줄 알았더니 같은 교회에 다니는 이웃집 청년이 무언가를 주고 갔더라구요. 신랑이 건네받은 터라 전 나중에야 알았는데 교회에서 각 가정마다 떡꼬치(일명 소떡소떡)과 양념치킨을 나누어 보내주신 겁니다.

아마도 사모님께서 직접 만드신 것 같았어요. 교회도 어려운 상황일텐데 각 가정마다 이런 특식을 직접 만들어 보내주시다니... 다시 한 번 감동을 받았습니다.

특히나! 이 소떡소떡!!!

제가 며칠 전 산책을 하면서 신랑에게 떡꼬치가 너무 먹고싶다고 말했었는데... 꿈에 그리던 떡꼬치가 눈 앞에 나타날 줄이야!!!

신랑 왈, 하나님이 저를 이뻐해서 진짜 먹을걸로 채워주셨다고. ㅋㅋㅋ 그 말이 웃기면서도 너무 맞는 이 상황은 ㅎㅎㅎ 아주 감사할 수밖에 없었답니다. ㅋㅋㅋ

야무지게 비닐장갑까지 끼고 와서 먹는 신랑.

요즘 너무 추레해져서 모자이크를 해줬지만 저 야무지게 먹는 입은 보여드리고 싶기에... ㅋㅋㅋ 신랑, 미안. 헤헤!

...

그리고 시간이 흘러 저녁이 되었어요.

저희 부부는 이달 31일에 현재 살고있는 이 집의 계약을 종료하고 집을 비워줘야 하는 상황이었답니다.

갑자기 울리는 전화벨 소리. 집주인 아주머니였습니다.

"나 집주인인데 혹시 지금 집에 있니?"

"네"

"지금 근처인데 10분쯤 후에 집에 가도 되겠니?"

저는 집 계약 마무리에 앞서서 (우리가 살면서 어디 망가뜨린 곳이 없는지) 집 상태를 좀 미리 체크하시려나보다 생각했기 때문에 당연히 알았다고 했지요. 평소라면 하루 전날 미리 연락을 주시고 시간을 정해서 오시는데 10분 전에 갑자기 온다는 연락을 받자 신랑은 조금 언짢아했습니다.

그렇게 10여분 후,

평소에는 집 수리에 필요한 여러 장비를 실은 픽업트럭을 타고 남편분과 함께 오시는데 오늘은 처음보는 고급 SUV차를 타고 오셨습니다. 집주인 아주머니는 집에 들어오시자마자 계약서를 보여달라십니다.

꼼꼼히 정리된 계약서 파일. ㅎㅎ

이 집에서 5년간 살고 있었고, 계약 초기 보증금과 매년 계약 갱신 때마다 계약서를 작성했었기 때문에 절차가 매년 반복되는 모든 서류나 영수증들은 웬만하면 이렇게 파일에 스크랩해두는게 생활화되어 있습니다.

이건 가장 초창기에 작성했던 임대차 계약서 되겠습니다.

보통 태국에서는 2개월분의 월세를 보증금으로 내고 매월 월세는 선납하는 형식이 일반적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계약 해지 시에 발생하죠. 교민분들 중에 많은 분들이 한두 번씩은 집을 옮기면서 겪게 되는 일. 계약을 마치는 날 데포짓을 받아야 하는데 이것저것 흠 잡으면서 원금을 제대로 돌려받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너무나 많은 분들께 들은 이야기.

그래서 저희는 5월 31일 계약 해지를 집주인에게 알리기 2달 전에 전화를 드려서 말씀을 드렸습니다. '코로나 사태로 우리는 일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5월말에 한국으로 아예 돌아갈 예정이니 월세에서 2달치를 제하고 2달을 프리로 살고 나가겠다.'라는 내용으로요.

하지만 집주인 아주머니의 대답은 '1달은 그렇게 해줄 수 있지만 1달 분의 보증금은 너희가 나갈 때에 집 상태와 전기료, 수도요금 등을 제하고 돌려주겠다.' 고로 1달은 월세를 정상적으로 더 내고 1달치 보증금은 나갈 때 집 검사 맡고 차액만 받아라 라는 내용이었습니다.

그 대답을 듣고 "아, 우리 집주인 아줌마 정말 칼같은 분이야."라고 했던 우리 부부.

그런데 오늘 오셔서는

"너희 계약이 끝나면 어디로 갈거야?"

"한국으로 돌아갈거에요."

"공항이 닫혔는데 어떻게?"

"그래서 요 골목 안쪽에 친구 집에서 당분간 머무르기로 했어요."

"얼마에?"

"얼마얼마에요."

"언제까지?"

"아마도 6월말까지요."

그랬더니 아주머니 왈,

"그럼 그냥 여기에 있어."

??? 네?!

"6월 한 달동안 돈 안받을테니까 그냥 여기에 살아. 너희 일도 못하고 있잖아. 다들 어려우니까."

라고 하시면서 그냥 저희보고 6월 한 달을 여기에 살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럼 보증금 1달치 남은걸로 제한다는 건가?' 싶어서 여러번, 아주아주 여러번 아주머니께 데포짓에서 제하는건지 여쭤보니 아니라고 하십니다. 제가 너무 계속 똑같은 말로 여쭤봐서 그러신건지 결국 저희 한 달 남은 데포짓을 그 자리에서 아예 주고가셨습니다. 띠용!

그리고는 6월에 집을 나갈때 연락하라며 쿨하게 가셨어요!

이렇게 당황스럽고 감사하면서도 훈내 나는 일이 저희에게도 일어났습니다!!!

이런 경우는 보통 태국 사람들 사이에서만 생길 수 있는 에피소드라 생각했는데... 또르륵...

너무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네요. 아직도 얼떨떨합니다. 신랑은 아주머니께 나중에 선물이라도 드리자고 하더라구요. 손편지랑 준비해서 자그마한 선물이라도 해드려야겠어요.

오늘, 정말 이상한 날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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