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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생활/Phuket

푸켓에서 중고차 상사에 한 시간만에 차를 팔아버렸다

by Anchou 2020. 5. 16.

엇그제 급 차 시세만 알아보자고 세차를 한 김에 중고차 매매상에 들렀습니다.

물론 페이스북 중고차 직거래를 통하면 훨씬 나은 가격을 받을 수 있지만 요즘 푸켓 경기가 바닥을 치고 있는지라 차를 구입하려는 수요가 거의 없어서 언제 팔릴지 모르니 올리기가 좀 애매하더라구요. 그래서 엔진룸까지 세차를 맡긴 후 바로 옆에 위치한 중고차 상사에 가격을 의뢰해봤습니다.

그런데 그 상사는 특이하게 저희가 원하는 금액으로 딜러들 단체 톡방에 올려주는 업무만 대행을 해주고 있더라구요. 그래서 구매를 희망하는 사람이 없으면 하염없이 기다려야 하는 페이스북 직거래 장터와 다를게 없었습니다. 오히려 한 단계를 더 거치니 저희가 받을 수 있는 금액만 내려갈 것 같았어요.

신랑이 여기 말고 한 곳만 더 가보자며 예전 저희 이웃분께서 차를 팔았던 상사로 향했습니다.

이곳은 그야말로 그 자리에서 흥정해서 현금을 받을 수 있는 중고차 매매 상사입니다.

돈 많은 사장님이라 그 자리에서 현금을 주시거나 계좌이체를 해주십니다. 저희차를 보시더니 깨끗하고 상태 최상이라며 맘에 들어하셨어요. 당연하죠. 제 차 썬바이저에 비닐도 안뜯은 곱게 타고다닌 차니까요. 다만, 바닷가를 많이 다녀서 디스크 브레이크 부분에 살짝 녹이 난 것만 빼면 교체한 판금 부분도 없고 아주 말짱합니다.

블루북이 있는 서류상 아주 깔끔한 차에요. 저 혼자 탄 차라서 비흡연자 차량에다가 33,000km정도밖에 되지 않았어요. 그동안 엔진오일도 교체 주기가 되기 전에 꼭꼭 잘 갈아주었구요. 약 1년 전 배터리도 교체했고 세차하면서 전면 라이트 내부에 깨끗하게 폴리싱도 했답니다. 가격 좀 잘 받아보려구요. ㅋㅋㅋ

때 빼고 광낸 저희 차량.

전체적으로 차량을 꼼꼼하게 살펴봅니다. 차량 문쪽에 고무 패킹도 떼어내서 판금을 바꿨었는지도 보고 바퀴 상태도 체크해 보시더라구요. 그리고는 전체적으로 상태가 완전 좋다며, 흥정을 시작합니다. 저희가 생각한 금액을 들어보고 노련하게 팍팍 깎으시는 사장님. 묘한 신경전을 하면서 가격을 흥정하다가 본인은 도저히 안되겠는지 딜러들 단톡방에 급 저희 차량을 올리더니 "이거 한국 사람이 타던 차야, 상태 최상, xx 정도 요구하는데 넌 얼마까지 줄 수 있냐"며 그분들 중에 구입 의사가 있는 딜러를 찾아주셨습니다.

그러나 쉽게 좁혀지지 않는 협상의 거리.

저희는 차에 짐도 조금 있고 하루 정도 차를 더 사용하고 싶어서 생각 좀 해보고 내일 다시 오겠다고 차에 올랐습니다. 그런데 사장님, 다급하게 ㅋㅋㅋ 저희가 라스트 가격으로 부른 그 금액에 해주겠다며 빨리 내려보라고 하십니다. 중고 장터에서 태국인들과 거래를 많이 하다보니 알게 된건데 보통 내일 온다고 하면 90% 이상은 이후 변심으로 거래가 불발이 됩니다. 아마도 이 사장님께서도 저희가 다시 오지 않을거라 생각하셨는지 막판에 다급해지셨어요. ㅋㅋㅋ 저희는 정말 내일 다시 올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데 가격만 알아보러 갔다가 그 자리에서 차를 급 팔게 되었어요! ㅋㅋㅋ

차량이 신랑 명의로 되어 있어서 신랑이 신분증을 집에 가지러간 사이 멀리서 사장님 통화내용을 들어보니 따로 수수료를 또 잘 챙기시더라구요. ㅋㅋㅋ 이해합니다. 원래 그 수수료로 장사하시는 분이니까요.

아쉬운 맘에 굿바이 사진을 찍어봤어요. ㅋㅋㅋ "안녕, 그동안 고마웠다!"

뭔가에 홀리듯 들어온 사무실. 판매가 결정되자 사장님께서 급 마일로 코코도 타주시고 ㅎㅎ

사무실에서 신분증(여권) 복사, 차량 매매 계약서 작성, 명의 변경 대리인 위임서 등의 서류 업무가 이어집니다. 저희는 이제 회사도 폐업 처리를 하고 워크퍼밋이 만료된 상태이지만 블루북(자동차 등록증서)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차량 판매와 양도가 일사천리로 진행됩니다. 그렇지 않으면 명의 이전 시 여권 외에 장기 거주 비자 또는 워크퍼밋이 별도로 필요합니다. 여기에서 블루북은 차량 할부기간 동안에는 할부금을 납부하는 은행에서 보관하다가 할부금을 전액 상환하면 원본을 차량 소유주에게 인도해줍니다. 온전히 저희 것으로 인정해주는 등기 같은 거죠. 차량은 블루북, 오토바이는 그린북이 자동차 등록증서입니다.

제가 이런저런 서류 업무를 신랑 대신 하고 있는 동안 신랑은 사무실에 들어온 아기 고양이랑 놀고 있네요.

쪼끄만게 냥냥 펀치도 날리고!

왔다리 갔다리 하는 신랑 발이 장난감인줄 알고 잡으려고 용을 쓰는 모습이에요. ㅋㅋ 태국에서는 길냥이들도 이렇게 자기 집처럼 자연스럽게 들어와서 저러고 있어요.

마무리, 차계부와 올해 차량 보험증서, 그리고 차키까지 넘겨주고 번갯불에 콩 구워먹듯 차를 팔아버렸습니다.

이게 무슨 일이지?! 너무 급작스럽게 싸게 팔아버렸나? ㅋㅋㅋ 싶다가

"아냐, 어차피 잘됐어. 주변 지인들한테 아쉬운 말 오가면서 팔았다가 나중에 잘못되어서 서로 얼굴 붉히는 상황 생기는 것보다 이게 맘은 편하잖아?!" 라며 좋게 생각하기로 했어요.

이것이 바로 4일 전 일입니다.

그리고 어제 푸켓 정부가 규제를 번복 발표하면서 당장 뚜벅이의 설움을 겪는 중이랍니다. ㅋㅋㅋ 조금 널널하게 페북에다가 제값주고 팔껄 싶기도 하구요. 그나마 집에 오토바이가 남아있어서 아쉬운대로 잘 타고다니고 있네요.

푸켓에 살면서 우리나라에서 보다 예상치 못했던 일들도 많이 겪게 되고 그러면서 단시간에 인생을 더 많이 배우게 된 것 같습니다. 여튼 현재의 상황은 이렇습니다. 다들 안녕하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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