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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생활/Phuket

자동차 배터리, 참 길었던 하루

by Anchou 2018. 3. 3.


며칠 전의 일입니다. 그날 모임이 있어서 오전 일찍 집을 나섰습니다.

사실 모임 시간은 11시였는데 전날 배터리가 2번이나 더 방전되는 바람에 카센터에 들러 배터리를 교체한 후 모임장소로 나갈 계획이었죠. 전날 미리 점프해줄 차를 섭외해놓았던 터라 여유롭게 점프 준비를 했습니다. 그리곤 어제처럼 점프 시도를 여러번 했지만 아뿔사, 시동은 걸리지 않았습니다. 상대 차량의 출력을 높여도 꿈쩍도 안하는 야속한 내 차...

다행이도 이 광경을 멀리서부터 보던 픽업트럭이 자신의 차에 연결시켜주겠다며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습니다. 얼마나 고맙던지요. 차량도 동급이고 미리부터 운행을 하면서 온 차라서 바로 점프가 될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그 차량으로 아무리 점프를 해도 빵꾸똥꾸 내 차는 시동이 걸릴 생각을 안하더군요. 그분들도 결국 포기하고 갈 길을 떠날 수밖에 없었고, 저는 보험사를 불렀습니다.

차량 사고때와는 다르게 정말정말 뒤늦게 도착한 보험사 직원. 콜한지 1시간 반이 훌쩍 지나서야 오토바이를 타고 등장합니다.

'헉, 오토바이로 대체 어떻게 점프를 하겠다고?!'라고 생각했지만 역시 베테랑답게 오토바이 트렁크에서 차량용 배터리를 꺼내더니 점프선을 능숙하게 연결합니다. 그리곤 바로 시동을 걸었는데! 됩니다!!! 대한민국 만세!!! 태국 만세!!!




모임은 이미 물건너 간 상황, 불참을 알리고 가까운 카센터로 향했습니다.

사태가 심각한 만큼 한 시도 지체할 수 없었습니다. 이번에 시동을 끄면 다음에도 이렇게 점프가 힘들어질 수도 있으니까요.

신랑을 이끌고 간 곳은 바로 옆동네에 있는 COCKPIT 이라는 체인점 형식의 종합 카센터입니다. 체인점이니 만큼 뭔가 체계적으로 되어 있어요. 이곳은 예전에 다른 차를 타고 다녔을 때 바퀴를 한 번 때운 적이 있는 곳입니다. 다른 곳에 비해 저렴하게 해결했던 기억이 있어 이곳으로 왔습니다.



하지만 메인은 바로 이 휠 교체인듯 합니다. 동남아답게 화려한 휠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그나저나 차 배터리 교체를 문의했더니 글쎄 배터리가 매장에 없어서 가져오려면 1시간 30분을 기다려야 한다고 합니다. 뜨헉... 1시간 후에 업체 사람들에게 자료를 백업 받아야하는 것이 있어서 약속 장소로 이동해야 하는데 참 애매~합니다. 시동을 끄면 사단이 날 것 같아서 업체분들에게 사정을 이야기했더니

"그럼 내가 식사 중이니까 그쪽으로 와" 라고 합니다. 우리 부부가 도착했을 땐 그분들이 막 식사를 마쳐서 옆 카페로 자리를 옮길 수 있었습니다.




어모낫, 그래도 덕분에 아기자기한 카페 한 곳을 알게 되었습니다. 실내와 실외 매장이 온실처럼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있어서 초록초록합니다. 푸켓에도 이런 카페가 있다니!!!

(이곳은 다음에 따로 가서 포스팅해드릴게요)

차 시동이 꺼질까봐 시동도 켜둔 채 이곳에서 데이터 백업을 받았습니다. 신랑은 백업 받느라 저는 시동이 꺼질까봐 수시로 차에 왔다갔다 하면서 정말 쇼 아닌 쇼를 했네요.

다행이도 무사히 자료를 넘겨받고 우리는 다시 카센터로 향했습니다. 차량 계기판의 기름도 1칸밖에 남지 않은터라 혹시라도 운행 중에 시동이 꺼지거나 기름이 떨어질까봐 아슬아슬. 에어컨도 못켜고 40도에 육박하는 푸켓 날씨에 창문만 열고 열심히 다녔습니다. 둘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 말이죠. 그날따라 두 번이나 신호대기 중에 쓰레기차와 마주치는 바람에 창문을 닫지도 못하고 지금 생각하니 완벽한 덤앤더머 한 편을 찍은 것 같습니다. ㅎㅎ




어찌어찌 무사히 카센터로 복귀한 우리 부부. 하지만 카센터에 와서도 1시간 반 이상을 또 기다린 후에야 배터리 교체가 완료되었습니다. ㅎㅎㅎ만약 우리가 이곳에서 계속 기다렸다면 배터리 교체는 3시간 이상 기다렸어야 했던 것입니다.

우리나라였다면 컴플레인 후 기다리지 못하고 다른 곳으로 갔겠지만 이 나라에선 늘상 겪는 일이기 때문에 신랑은 옆에서 대기실 소파가 폭신하니 좋다며 잠을 자고 저는 여기저기 붙어있는 태국어 글자 읽기 삼매경에 빠졌습니다. 그리곤 차량에 바람도 넣어주고 워셔액도 서비스로 넣어준다며 좋아했지요.

저희는 아무래도 태국 사람이 거의 다 된 것 같습니다. 하지만 태국어를 잘 못하는 건 안비밀입니다. ㅎㅎㅎ

이렇게 배터리를 붙잡고 씨름한지 한나절이 지나서야 모든게 해결되었고, 카센터에서 집에 가는 길엔 너무나 아름다운 노을을 볼 수 있었습니다.


참고로 말씀드리면, 이 체인점에서 배터리를 교체한 비용은 2,490밧(한화 약 85,000원)이구요. 1년 품질보증 기간이 있는 보증서를 함께 줍니다. 교체하는 김에 벼르고 벼르던 전면 와이퍼도 교체했는데 약 640밧(한화 약 22,000원) 정도 들었습니다. 그냥 마트에서 사다가 셀프로 바꾸는 것이 30~40% 정도 더 저렴하지만 제가 타고 다니는 차종의 와이퍼 정보가 기성 와이퍼에 표시되어 있지 않은 관계로... 실은 길이를 재서 사면 되는데 또 귀찮은 관계로... 그냥 전문가의 손에 맡겨버렸네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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