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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한 이야기/건강 이야기

라돈(Radon)에 대한 오해, 환기가 답이다?

by Anchou 2017. 11. 29.

오늘은 오랜만에 조금 긴 포스팅이 될 것 같네요.

바로 WHO를 비롯한 여러나라에서 1급 발암물질로 지정한 '라돈(Radon gas)'이라는 물질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이 라돈이라는 물질이 가진 위험성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한 것은 불과 몇년이 채 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에 대한 정보나 규제도 부족한 편인데요.

하지만 해외에서는 각종 암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라돈'을 지목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라돈수치가 새집증후군의 일종처럼 또는 오래된 석면 건축물에서 나오는 발암물질 정도로 알려져 있었습니다. 그래서 새집에서 환기를 해주면 라돈 수치가 줄어든다든지 오래된 석면 건축자재를 철거해야한다든지 이런 종류의 정보가 대부분이더라구요.

물론 틀린 이야기는 아닙니다. 하지만 라돈이라는 물질이 어디에서 어떻게 생성되는지 그 개념을 잘 알고 계신다면 집의 안팎에서 모두 주의하시게 될 것입니다.

늘 그렇듯 알아보시기 쉽게 문답 형태로 이어가겠습니다.


라돈이 정확이 뭔가요?

라돈(Rn)은 Radon Gas 라는 기체 형태의 천연 방사성 물질입니다. 토양이나 암석 등 자연계 물질에 함유된 우라늄이 붕괴되면서 라듐이라는 물질이 되고, 이 라듐이 붕괴될 때 바로 라돈이 생성되게 됩니다. 무색, 무취, 무미의 방사성 기체라고 보시면 됩니다.



아하! 라돈은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물질이 아닌 천연 물질인거군요!

그럼 라돈은 우리 주변 어디에서든 발생할 수 있는건가요?

네, 맞습니다. 우리가 가장 큰 오해를 하고 있는 부분이죠.

라듐은 분명 콘크리트, 석고보드, 석면 등 건축자재에도 존재하지만 지하수, 토양 등의 지각에서 더 많이 존재합니다. 특히나 우리나라는 라돈이 잘 방출되는 화감암을 기반암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라돈 수치가 높은 국가에 속합니다.



위 세계지도에 표시된 것과 같이 우리나라는 주황색을 띄고 있습니다. 저 색상 표시는 각 나라별 라돈 수치를 도식화한 것인데요. 우리나라는 50-100Bq/으로 이미 꽤나 높은 수치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이 수치는 2007년을 기준으로 만들어졌으나 10년이 지난 현재에도 큰 차이는 없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제가 살고있는 태국의 라듐수치는 7-25Bq/㎥으로 아주 낮은 편이네요.)



문제는 이 라돈이라는 녀석이 잘 돌아다닌다는 것입니다.

라돈은 최종적으로 붕괴된 물질이 아닌 붕괴 과정의 일부일 뿐입니다. 라돈 또한 끊임없이 붕괴과정을 거치는데 그 과정에서 알파입자인 Solid Particles이 다른 물질에 쉽게 달라붙게 되는 것입니다. 꽃가루가 바람이나 다른 곤충의 몸에 붙어 퍼지는 것과 같은 원리입니다.

위의 그림과 같이 깊은 암석층에서 붕괴 과정을 통해 생성된 라듐은 토양이나 지하수, 심지어는 건물의 균열부, 하수도, 창문 등을 통해서 집으로 유입되게 됩니다. 게다가 집에는 이미 건축자재들 속에 라돈이 존재하기 때문에 실내의 라돈 수치가 더 높아지게 되는 것입니다. 더군다나 무취, 무색이기 때문에 인지할 수 없어서 주변에 얼만큼의 양이 있는지 조차 파악할 수 없어 일명 '침묵의 살인물질'이라고 불리기도 합니다.



이미 외국에서는 라돈 차단 시스템을 건축에 도입

해외에서는 시공시 라돈을 따로 끌어모아 집 밖으로 배출시키는 배관 시스템을 별도로 구축하고 있습니다.

라돈은 사실 토양에서 발생되어 집안으로 유입되는 경우가 90%에 달하며, 건축자재의 경우 4%, 지하수 등의 배관을 통한 오염은 1% 정도입니다. 라돈이 함유되지 않은 비싸고 좋은 건축자재로도 라돈을 차단하는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라는 뜻입니다.


라돈이 얼마나 위험하길래 그러죠?

우리나라에서도 라돈은 흡연 다음으로 폐암 발병의 원인이 된다는 것을 알고 계신가요? 지난 2012년 서울 도시철도공사 설비 직원과 역무원이 폐암으로 숨진 사건은 3년이 지난 2015년 역학조사를 통해 '라돈'이 발병 원인으로 밝혀지기도 했습니다. 비단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세계보건기구인 WHO와 미국 환경보호청인 EPA에서도 라돈은 1급 발암물질로 지정했는데요. 라돈은 폐암 뿐만 아니라 위암과 피부암 발병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인체에 무해한 라돈수치는 '0'입니다. 이는 극소량에 노출되어도 인체에 해를 가할 수 있다는 의미이지만 라돈은 자연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에 이 수치를 '0'으로 만드는 것은 실제로 불가능합니다. 최대한 노출되는 수치를 줄이기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라돈의 특성을 잘 파악하고 있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라돈 수치에 대해 알려주세요.

라돈수치는 Bq/㎥ 과 pCi/L 라는 단위를 사용합니다. 먼저 Bq/㎥는 1평방미터의 공간에 들어있는 라돈의 농도 수치를 측정한 단위로 '베크렐'이라 읽습니다. pCi/L는 방사선의 측정 단위로 '피코큐리'라 읽습니다. 1큐리는 라듐 1g이 1초 동안 방출하는 방사능의 양이며, 피코큐리는 1조분의 1큐리를 말합니다. 1피코큐리는 37베크렐과 같습니다. 여기에서는 통상적으로 사용되는 Bq/㎥ (베크렐) 단위로 설명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우리나라의 평균적인 라돈수치는 55 이상으로 세계 평균치인 39에 비해 2배 정도 높은 수치입니다. 게다가 겨울철에는 최고 100까지 측정되기도 합니다. WHO에서는 안전 기준치는 100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 이상은 위험하다는 기준이 되는 수치이기 때문에 우리나라가 기본적으로 얼마나 라돈 노출에 자유롭지 않은지 알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라돈에 대한 안전 기준치를 규정한지 얼마되지 않습니다. 다중이용시설의 경우 148으로 미국의 모든 건축물 기준과 동일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공동주택이 포함된 신축건물에 대한 안전 기준치입니다. 200이죠.

캐나다의 안전 기준치와 동일한 규정입니다. 하지만 여기에서 알아야 할 것은 미국과 캐나다 모두 평균 라돈수치는 우리나라의 절반 이하 수준입니다. 기본적으로 낮다는 것이죠. 건축자재를 통해 방출되는 라돈수치의 영향이 4% 정도라고 따졌을 경우, 저 기준치를 넘는 경우가 우리나라에 비해 매우 낮습니다. 우리나라는 야외에서 측정되는 라돈수치가 높기 때문에 오히려 규제가 더 강화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200'입니다. 지난해 12월 환경부에서 실내 공동주택 라돈기준을 신설하면서 '실내공기질관리법'을 저렇게 개정한 것입니다. 이 조항은 내년인 2018년 1월 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왜 다중이용시설과 주택의 기준을 분리해 놓은걸까요? 환경정책평가연구원의 '라돈의 실내 공기질 규제에 따른 위해저감 효과 및 건강 편익산정'보고서에 따르면 권고 수치가 148에서 200으로 높게 조정될 경우 폐암으로 인한 사망자가 연간 325명 더 증가할 수 있다고 보고되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도대체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라돈 수치 200에 대한 감이 안오네요.

라돈수치가 200Bq/㎥인 환경에 노출되는 것은 병원에서 엑스레이를 매년 30회에서 많게는 100회 이상 찍는 것과 동일한 방사선에 노출되는 수준이라고 합니다. 참고로 대부분의 병원에서는 특수한 상황이 아니라면 엑스레이 촬영을 매년 4회 이하로 권장하고 있습니다. 또한 세계 평균수치인 39Bq/㎥은 매일 2.5개피의 담배를 피는 흡연자와 동일한 수준의 폐암 위험성이 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실내의 라돈 수치를 줄이는 방법은 무엇이 있나요?

해외의 경우엔 지역별로 라돈 관리 사무소가 있기 때문에 시공 전 또는 이사 전에 사무소를 통해 라돈을 측정하거나 라돈을 배출하는 시스템을 별도로 시공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이러한 프로세스가 없기 때문에 우리 스스로 생활 속에서 실천하는 방법이 최선책입니다. 가장 잘 알려진 것이 환기입니다. 맞아요. 환기, 중요합니다. 특히나 1층과 지하의 경우 지반을 통해 더 많은 라돈이 유입됩니다. 하지만 하나 명심할 것은 라돈의 특성입니다. 라돈은 공기보다 8배 무겁습니다. 환기를 시키시려면 아래 공간까지도 환기가 되도록 전체 문을 열어 환기를 해주셔야 효과적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실내의 라돈 수치가 높은 집은 단열이 잘된 집입니다. 일단 유입된 라돈이 빠져나가지 못하고 축적되기 때문인데요. 이런 집에서도 환기는 매우 중요합니다. 

또한 시공 시 건물 바닥과 벽에 크랙이 생기지 않도록 꼼꼼하게 시공해야 하며, 만약 크랙이 생겼다면 빠른 시일 내에 보수공사를 해주시는 것이 좋습니다.

새집에 이사를 가면 건축자재 때문에 일정기간만 환기를 하는 것이라 생각하시는데 오래된 집에서도 계속 환기를 해주어야 라돈이라는 방사능에 노출 위험이 줄어듭니다. 



라돈 노출은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지만 선진국에 비해 아직까지는 정부와 국민 모두 라돈 위험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고 심각성을 알리는 교육 또한 전무한 상태라 안타깝습니다. 이런 정보를 왜곡해서 상업적으로 이용하려는 일부 업체에 화도 납니다. 이 또한 우리가 끊임없이 공부하고 배워야하는 이유가 아닐까요?

오늘은 간만에 5시간에 걸쳐 포스팅해봤는데요. 새집증후군, 집안의 방사능 수치 등으로 궁금하셨던 모든 분들께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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