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뉴스를 통해 여중생의 에이즈 감염에 대한 안타까운 소식을 들었습니다. 이유야 어찌 되었든 어린 나이에 사회 인식이 좋지 않은 불치병에 감염되었다는 것은 참 안타까웠습니다. 또한 이 사실을 안 학교 측의 대응에도 실망스러웠구요.
아직까지도 우리는 에이즈(AIDS)와 HIV에 대한 정보도 부족함은 물론, 일단 이 질병에 대해 색안경을 끼고 보는 편견이 자리잡고 있습니다.
오늘은 HIV라고 불리는 인간 면역결핍 바이러스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면서 무조건적인 편견보다는 이 질병에 대해 정확히 이해함으로써
이 질병에 감염된 사람과 건강하고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것에 목적을 두고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오늘도 이해하시기 쉽도록 문답 형식으로 정리해드리겠습니다.
HIV란 무엇인가요?
우리나라에서는 '인간 면역결핍 바이러스'라 불리며
면역계가 어떤 감염을 이겨내는데 도움이 되는 세포인 CD4세포(T-림프구)를 공격하는 특수 바이러스로
치료를 받지 않게 되면 CD4세포의 수를 감소시켜 면역성을 떨어뜨리게 되고, 결국 다른 질병이나 감염을 퇴치할 수 없게됩니다.
한 마디로 면역력을 완전히 떨어뜨리는 바이러스인 것이지요.
HIV바이러스가 무서운 것은 다른 바이러스와 달리 치료를 받더라도 HIV를 완전히 제거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따라서 한 번 HIV에 걸리게 되면 평생 이 질병을 안고 살아가야 합니다. 현재 시점에서는 말이죠.
HIV는 어디에서 처음 발견되었나요?
수많은 연구 결과를 통해 밝혀진 바로는 중앙 아프리카에서 처음 인간의 HIV 감염원인 침팬지로 확인됩니다.
인간이 침팬지 사냥하다가 면역결핍 바이러스(SIV)에 감염된 침팬지의 혈액과 접촉하여 인간에게 감염되어 HIV로 변형되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되어 있습니다. 연구에 따르면 1800년대 후반 유인원에서 인간으로 전파되었으며, 수십 년에 걸쳐 아프리카 전역으로 퍼져 나갔고 1970년대 중반부터 전세계에 걸쳐 급속도로 전파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1985년 첫 외국인 감염자가 보고되었고, 1987년 국내 감염자가 보고되었습니다.
HIV의 감염 경로는 정확히 어떻게 되나요?
일상적인 생활을 통한 감염은 없습니다.
함께 밥을 먹거나 운동을 한다든지 기침을 통해, 혹은 감염자의 혈액이 피부에 닿은 경우, 키스, 모기 등을 통해 감염된 사례는 전무합니다.
성적인 접촉, 수혈, 혈액 제제를 통해, 병원 관련 종사자들의 의료 사고(감염된 혈액의 바늘에 찔리는 경우), 출산 시 모체로 부터의 수직 감염 등이 있습니다. 이외에 마약에 의해 감염되는 경우도 있으나 극히 드문 경우입니다. 오해 중 하나는 동성 간의 성관계를 통해 HIV가 발병하는 것이 아니라 감염된 환자를 통해서 감염된다고 보시면 됩니다. 출산 시에 감염되는 모자 수직 감염의 경우도 100% 감염이 아닌 20% 정도의 확률이며, 감염된 산모의 치료로 수직 감염의 확률은 아주 희박해질 수 있습니다.
국내의 HIV 감염 환자 수는 얼마나 되나요?
질병관리본부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보고된 감염인 총수는 약 1만 2,000명이 넘는 것으로 파악되었고, 이 중 2,000여명의 사망으로 현재까지 생존자 수는 약 1만 500여명에 이릅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진행 기간동안 초기 단계에만 증상이 있을 뿐 장기간의 잠복기로 인해 감염자 본인도 HIV 감염 여부를 자각할 수 없는 것이 사실입니다. 따라서 질병관리본부에 파악되지 않은 감염인은 2배 이상의 많은 것으로 추산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문란한(?) 성생활을 하지 않더라도 얼마든지 감염될 위험이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HIV와 에이즈는 어떻게 다른가요?
사람들은 보통 HIV=AIDS라고 생각합니다.
엄밀히 말씀드리면, HIV는 에이즈와 다르며 HIV의 치료를 적절히 받지 않을 경우, 후천성 면역결핍증인 에이즈로 이어질 수 있는 것입니다.
에이즈는 HIV의 마지막 단계라도 보시는 것이 더 적합하겠습니다.
에이즈에 걸린 사람들은 이미 면역 체계가 심하게 손상된 상태로 기회 감염(합병증)이라 불리는 심각한 질병을 많이 앓고 있습니다.
완치라는 개념은 현재의 시점에 존재하진 않지만 당뇨나 고혈압과 같이 지속적인 치료와 관리로 HIV를 통제할 수 있으며,
관리가 잘되고 있는 HIV 환자는 에이즈 환자와는 구별되어야 합니다.
HIV에는 진행 단계가 있습니다.
1단계 : 급성 HIV 감염 단계로 감염 후 2~6주 후에 그 증상이 나타납니다. 발열, 근육통, 인후통, 피부 발진 등의 독감과 비슷한 증상을 동반하며 심할 경우 뇌수막염이나 뇌염 등의 증상이 발병할 수 있습니다. 이 진행 단계에서 혈류의 HIV 수치가 극단적으로 높아질 수 있기 때문에 HIV의 전염율 또한 높아질 수 있으므로 생활에 주의가 필요한 기간입니다.
2단계 : 임상 대기 기간으로 잠복기를 말합니다. 이 잠복기는 4~10년의 긴 기간동안 무증상이기 때문에 감염자 본인 조차도 인지할 수 없지만 이 기간동안에도 HIV 바이러스는 서서히 면역세포를 파괴시키며 점차 면역력이 저하됨을 느끼게 됩니다.
3단계 : 바로 에이즈 단계입니다. 급속도로 떨어진 면역력으로 인해 건강한 사람에게는 발생하지 않는 여러 종류의 감염성 질환이 발생하며, 악성 종양 또한 발병률이 높아 사망에 이르게 됩니다.
HIV 환자는 결국 모두 에이즈에 걸리는 건가요?
아닙니다.
ART 또는 항 레트로 바이러스 테라피라 불리는 HIV치료제를 지속적으로 사용하면 HIV가 에이즈로 진행되는 것을 막을 수 있습니다.
이밖에도 여러가지 치료제가 꾸준히 연구되고 있으며 발표를 하고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지속적이며 정기적인 치료와 관리인데 적절한 바이러스 제어를 통해 일반인과 다름 없는 생활은 물론 동일한 수명까지 기대할 수 있다고 합니다.
특히 조기에 진단을 받고 관리할수록 에이즈로 발전되는 단계를 더 확실히 막을 수 있습니다. 2단계인 임상 대기 기간 중 ART를 복용하면 수십 년 동안 이 상태를 지속할 수 있으며, 에이즈로의 진행을 막을 수 있습니다.
다만 항HIV 약제 치료는 평생 지속되어야 하며, 도중에 투약을 중단하면 HIV가 다시 진행되게 됩니다.
그럼 HIV 감염자가 에이즈인 것은 어떻게 알 수 있죠?
에이즈는 이미 면역 체계가 현저하게 손상되어 기회 감염에 취약해진 상태를 말합니다.
건강한 면역력을 가진 사람의 CD4세포 수가 1,600 cells/mm3라면 에이즈 환자의 수치는 200 미만입니다. 이 수치와 관계없이 HIV 감염자 중 기회 질병(합병증)이 하나 이상 발병된다면 에이즈 환자로 간주됩니다.
에이즈 확진을 받은 환자는 치료를 받지 않으면 일반적으로 약 3년 간 생존합니다. 하지만 기회 질병이 합병증으로 겹쳐졌을 경우, 기대 수명은 약 1년으로 떨어집니다. 에이즈로 진행된 환자가 ART 치료를 받아도 그 효과는 크지 않다고 하니 에이즈 확진 전의 HIV 진단과 치료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일반인들은 HIV감염 여부를 어떻게 확인할 수 있나요?
HIV의 감염 여부를 확실히 알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검사입니다.
해외의 경우 약국을 통해서 시약 검사 등을 자가로 할 수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혈액 검사를 시행합니다.
병원에서도 가능하지만 지역 보건소에서는 HIV의 익명 검사를 시행하고 있으므로 성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방문하여 검사 받는 것을 권해드립니다.
1차 검사에서 양성이 나오면 확실한 감염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질병관리본부에서 웨스턴 블롯 테스트라는 확진 검사를 다시 한 번 하게 되는데 이는 HIV가 3단계의 시기별로 항체에 변화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HIV를 미리 예방할 수는 없나요?
PrEP라는 HIV 예방 약제를 투여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미국 질병관리본부에서는 2012년부터 HIV 감염에 노출될 위험이 높은 고위험군을 특정하여 처방을 하고 있습니다. 많은 연구들을 통해 이 예방 효과가 입증 되면서 미국, 유럽 등의 선진국에서는 예방 약물처방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PrEP를 처방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바로 HIV 감염인의 배우자를 대상으로 도입되었습니다. 한쪽 감염자인 부부가 임신을 계획할 때 감염인이 치료제를 꾸준히 복용한 상태에서 배우자가 가임기에 PrEP(트루바다)를 복용하는 방법이 실제로 적용되었습니다. 하지만 이 적용사례는 제한적이기 때문에 PrEP가 상용화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에이즈가 이슈화된 초창기에는 HIV에 대한 구별된 인식 자체가 거의 없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HIV에 대한 제대로된 치료법이 개발되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인데요. 비교적 짧은 시간에 HIV의 진행을 억제하는 치료제가 다각도로 개발되면서 HIV 감염은 관리만 제대로 하면 일반인과 차이 없이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있는 만성적 질병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 질병의 가장 큰 장애는 바로 HIV 감염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과 사회적 차별입니다.
이로 인해 감염인들은 치료를 꺼리고 음성적인 확산만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죠. 오바마 대통령 취임 시절 대통령이 나서서 HIV 감염 검사를 하고 국민들에게도 HIV의 검사와 조기치료, 관리를 강조했었습니다.
누구랄 것도 없이 성 경험이 있는 성인이라면 일반적인 건강검진처럼 HIV 감염 검사는 수시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에이즈, HIV는 불순한 거야', '에이즈 환자는 화장실을 같이 쓰는 것도 위험해'라는 왜곡되고 잘못된 인식에 쉬쉬하고 피하는 것은 결코 아무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사회적인 편견이 낮아질수록 이 질병에 대한 관리와 통제가 완벽해질 수 있으며 더 이상의 확산을 막을 수 있고,
감염으로 인해 고통받는 사람도 두려움에 떠는 사람도 한 세대에서 종료될 수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이 HIV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질병을 접하는 올바른 태도에 달려있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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