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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생활/스피츠 일기

무지개 다리 앞까지 다녀온 달둥이

by Anchou 2017. 12. 25.


하... 정말 피 말리는 시간이었습니다. 평소 달둥이가 죽더라도 충분히 사랑하고 잘 키웠으니 눈물은 안날 것 같다고 신랑에게 말했던 접니다. 그런데 아픈 달둥이를 두고 어제 일을 나가면서 얼마나 눈물이 나던지... 지난 23일 다시 병원에 내원한 후 달둥이 상태는 더 안좋아졌습니다. 그날 밤부터는 아예 다리에 힘이 없는지 휘청휘청 몇 걸음 걷다가 주저 앉길 반복했어요. 눈동자도 힘 없이 빙그르르 돌아가고 쉬판에 제대로 조준도 못했습니다. 밤부터는 소변도 연갈색의 혈색뇨를 보기 시작했구요. 걱정이었습니다. 24일은 일요일이라 저희가 믿고 가는 병원이 휴진이었기 때문에 25일인 월요일까지 경과를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거든요. 물론 푸켓에 동물병원은 많습니다. 그런데 이곳의 의료 수준이 동물병원도 마찬가지로 병원마다 차이가 심하게 나기 때문에 자칫 다른 병원으로 갔다가 실제로 병을 더 키워서 오는 경우가 허다한지라 25일까지 잘 버텨달라고 기도할 수밖에 없었어요.




초반에 힘이 남아있을 때는 이렇게 벌러덩 자세로도 잠을 잘 잤었는데 이젠 웅크린 자세밖에 취하지 못했습니다. 눈도 겨우 뜨는 듯 했어요. 그나마 밤부터는 식욕이 조금 살아났는지 손톱만하게 잘라주는 소고기를 조금씩 먹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염려스러운 23일을 뜬눈으로 보냈어요. 새벽부터 꿀렁꿀렁거리던 달둥이는 아침에 결국 2번이나 토하고 넉다운이 되어버렸습니다. 전날 병원을 다녀온 차도가 없어보여서 덜컥 겁이 났습니다. 24일 낮에 잠깐 일을 나간 사이 달둥이는 또 한 차례의 토를 했고 검은 빛의 설사까지 했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정말 이대로 죽나 싶었어요.




23일 밤부터 24일 오전까지 달둥이가 본 소변입니다. 평소엔 연노란색인데 개나리색 ~ 연갈색 빛의 혈색뇨를 4차례 봤습니다.




그리고 23일 밤에 먹었던 것들을 고스란히 토해놨어요. 심지어는 물까지도요... 얼마나 겁이 나던지... 이대로라면 몇 시간을 못버틸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저는 일을 나가야 하고... 그 사이 무슨 일이라도 생길까봐 일터로 나가는 내내 눈물이 났습니다.




병원에서 23일 처방받은 약입니다. 23일에는 주사를 맞아서 24일부터 투약했는데 Vibramycin 이라는 항생제입니다. 아무래도 병원에서는 감염증을 원인으로 진단한듯 합니다. 그러고보니 첫번째 예방접종일에 심장사사충과 진드기 예방접종을 함께 했는데 집에 돌아와서 진드기 한 마리를 잡은 기억이 납니다. 피를 한참 빨아서 손톱만해진 크기의 진드기가 물지도 않고 달둥이 몸에 기어다니길래 병원에서 옮아온 것이라 생각했었는데 그게 아녔나 봅니다. 이제 와서 생각해보니 달둥이 몸 이곳저곳을 물고 목 뒤에 다시 자리를 잡았던 진드기가 예방주사 덕에 몸에서 떨어진 것 같습니다. 혈소판 감소도 이 진드기 감염으로 인해 발생했을 가능성이 가장 커 보입니다. 증상이 진드기 감염증 중 하나인 바베시아와 같았거든요. 발열, 구토, 설사, 무기력, 혈소판 감소, 혈색뇨 등.

다행이도 달둥이는 24일 오전 이 항생제 100mg(1정)을 투약 후 오후부터 상태가 갑자기 좋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일을 나간 동안에 속이 좀 편해졌는지 고기와 간식통에 냄새를 맡고 다니길래 신랑이 고기를 잘게 썰어 조금씩 급여해주었다고 합니다. 제가 집에 돌아온 후에도 혹시나 탈이 날까봐 조금씩 조금씩 텀을 두면서 급여했고 구토를 많이 해서 꿀물을 줬지만 먹지 않아서 평소에 달둥이가 좋아하는 갈아놓은 망고를 살짝 얼려 먹였습니다. 그때부터 식욕이 살아나서 뭔가 먹으려고 하더라구요. 얼마나 다행이던지... 계속 휘청거리던 다리도 25일인 오늘 새벽부터는 힘이 조금 들어간듯 보였습니다. 꼬리도 살랑살랑 흔들고 쉬판에 조준도 잘하고 소변색도 정상으로 돌아왔어요. 불과 몇 시간만에 말입니다.

아주 많이 아팠을 때 사진은 없습니다. 그럴 맘의 여유도 없었고, 남겨두고 싶지 않았어요.



그리고 드디어 25일 월요일이 되어 다시 병원을 찾았습니다. 확실히 눈빛에 생기가 도네요. 몸무게도 11.1kg에서 10.7kg으로 떨어졌다가 오늘은 10.8kg까지 올랐습니다. 숨은 여전히 헐떡이긴 하지만 발도 따뜻하고 이제는 궁금한 소리가 나면 여기저기 기웃기웃하기도 한답니다. 병원에서도 채혈은 더이상 하지 않고 항생제 주사만 1대 투여받았습니다. 큰 고비는 넘긴 상태라 이제 토요일인 30일에만 내원하면 된다고 하네요.




달둥이 표정 좋은거 보이시죠? 달둥이가 몸을 털고 며칠만에 기지개를 펴는데 이 기분은 마치 첫 걸음마를 뗀 아이를 보는 엄마 맘도 같을까 싶었습니다. 아직은 100% 기력을 회복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웃는 얼굴 보니까 너무나 행복한 크리스마스입니다. 달둥이 덕분에 가장 감사한게 무엇인지 깨달을 수 있는 크리스마스 밤이네요.

여러분도 메리크리스마스!!!


아참! 제 경우엔 해외이다 보니까 달둥이 상태를 설명하는데 놓치는 부분이 생길까봐 아래와 같이 노트해서 의사쌤께 보여드렸습니다. 혹시라도 해외에 검진 받으시는 분들도 이런 방법을 사용하시면 의사쌤께서 아이를 좀 더 정확히 진단하시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강아지는 말을 못하니까 견주가 잘 관찰해줘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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