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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생활/해외 여행

홍콩 경유해서 한국에 온 이야기(feat. 푸켓과 홍콩 공항 현황)

by Anchou 2020. 2. 21.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인사드려요. 2주가 넘는 시간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답니다.

요즘 코로나-19 바이러스 때문에 중국이나 홍콩, 싱가포르는 위험 국가라고 많이들 생각하시고 저 또한 지금은 시기가 좋지 않다는 것을 잘 인식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비자, 집 계약, 공인인증서 등등... 더 미룰 수 없는 문제들이 있어서 한국에 방문을 계획했고... 지금 한국이랍니다! ㅎㅎㅎ

제가 한국에 들어온지 2주가 되었기 때문에 나름의 자가격리를 마치고 이제 활발하게 포스팅을 다시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지난 2월 8일 푸켓에서 홍콩 공항을 경유해서 한국에 들어왔습니다. 누가 강제해서 자가격리를 한 것은 아니고... 제 주변 가족분들이나 지인분들께 혹시라도 누가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그냥... 혼자 유난을 떨었지요. 전염병은 나 혼자 앓고 마는게 아니니까 유난을 떨어야 하는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그건 그렇고!

오늘 포스팅해드릴 내용은 푸켓 국제공항과 홍콩 국제공항의 분위기와 제가 어떻게 준비하고 왔는지 이야기 해드리려고 해요. 그리고 공항을 들락달락 거리면서 어떤 모습이 불편했는지도 함께 포스팅하려고 합니다.

또르륵... 3달여 전 홍콩 익스프레스 티켓을 프로모션 가격에 구입했지요! 홍콩 공항을 1회 경유하는 스케줄입니다. 게다가 기내 식사도 없고 수화물은 기내 7kg이 전부인 이 티켓을 40만원대에 구입했습니다. 지금은 코로나 바이러스 여파로 기내식과 무료 수화물이 포함되어 있는 직항이 더 저렴한건 안비밀... 또르륵.

푸켓 공항에 왔습니다.

공항에 도착하기 전 안전한 비행(?)을 위하여 준비한 것들이 몇가지 있습니다.

마스크 8개(왕복용), 라텍스장갑(왕복용 20세트), 데톨 소독용 물티슈, 손소독제, 안경

고글을 준비하려고 방역물품 판매코너에 갔더니 고글도 위, 아랫쪽이 뚫려있어서 안경을 써도 될 것 같다고 판단했어요. 그래서 패스!

공항은 예전보다 많이 한산해졌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로 북적북적였습니다.

 

특히 홍공으로 가는 편도엔 사람이 없었습니다...는 무슨!!! 막상 비행기에 오르니 예비석 6석을 제외한 모든 좌석이 만석이더랍니다.

중국행 게이트는 아예 운항을 멈췄구요.

홍콩, 대만,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에 거주하는 중국계 사람들이 많아서인지 중국인 관광객이 없는 공항의 풍경은 큰 차이가 없어 보입니다. 정말 많은 곳에 중국인 혈통이 퍼져사는구나 싶기도 하고 별 생각이 다 들더군요.

하나 더 염려스러웠던 것은 서양사람들이 의외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더라는 겁니다. 열체크를 하고 출국 심사대로 향하는 입구 모습인데 여러 무리의 서양인들이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로 그냥 들어가고 있었어요.

아시아인 90~95% 정도가 마스크를 착용했지만 서양인은 20~30% 정도만이 마스크를 착용할 뿐. 그들 나라에 가서 의심 증세가 있을 때 어떻게 대처할지 너무나 염려스러웠습니다.

입국장에 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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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갈아 쓸 생각을 하고 총 4개의 마스크를 준비했습니다. 마찬가지로 라텍스 장갑도 따로 지퍼백에 담아 준비했습니다. "나는 수술하는 의사다"라는 자기 최면을 하면서 ㅋㅋㅋ 뭔가 공용으로 만져야하는 상황이 생기면 한번씩 갈아꼈습니다. 홍콩 공항이나 비행기에서 앉기 전에도 미리 데톨 소독용 물티슈를 지퍼백에 담아 준비해서 닦아내고 앉았지요!

정말 충격적이었던 장면은 바로 요것!

12번 게이트는 대부분 유럽으로 가는 편인데 2~3명을 제외한 모든 서양 사람들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다는 것! 그들의 콧구멍에는 N95필터가 달려있다고 생각하는지 뭔지. ㅋㅋㅋ

제가 타고 가는 게이트에도 마스크를 안낀 사람들이 4~5명 정도 있었는데 모두 서양인들이었습니다. 생각보다 무지한건지 불감증이 심한건지 그것도 아니라면 난 바이러스 따위도 비켜갈 만큼 건강하다는 근거없는 자신감인지 도통 모르겠더라구요.

심지어 저 빨간티 아저씨는 자녀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무방비 상태였습니다. (모자이크를 할 만큼 인물이 또렷하게 나온 사진이 아닌데다가 대부분 마스크를 착용했기 때문에 모자이크는 생략했습니다.)

하지만 전 꿋꿋하게 안경+마스크+라텍스장갑을 착용하고 행여나 옆사람이 기침할까봐 모자도 써봤어요. 아니나 다를까 옆에 앉은 서양 아저씨가 마스크도 쓰지 않은 채로 기침을 해서 너무 놀랐습니다. 보다못한 홍콩 청년이 마스크 없냐고 없으면 본인이 가진 걸 기꺼이 주겠다고 해서 일단락. 한편으로는 얼굴만 찌푸리고 마스크 나눌 생각은 미쳐 하지 못한 저에게 살짝 부끄러움이 현타했습니다.

드디어 홍콩 공항 도착!

새벽 시간이라 그런지 굉장히 한산한 모습이었어요. 오히려 다행이다 싶었습니다.

화장실에 1번 다녀온 후 새 장갑으로 교체!

기관지를 건조하게 하지 말라길래 있는 동전을 털어 물 한 통을 샀어요. 난생 처음으로 내 돈으로 에비앙을 사다니... 다른 물 구하기가 쉽지 않아서 그냥 마시기로 합니다. 사람 드문 구석에서 잠깐 마스크를 들어 한 모금만 마셨습니다. 괜시리 마스크 닿은 손이 오염될까봐...그리고 화장실에 또 가기 꺼림찍해서.

홍콩 공항에 사람이 많이 줄어서인지 때마침 양 사이드에 보수 공사가 진행 중이었습니다.

오전 6시가 지나자 사람들이 많이 생겼네요! 역시 서양사람들은 마스크를 많이 착용하지 않은 모습... 어떻하죠?

그래도 여차저차 무사히 친정 집에 도착했습니다.

혹여라도 바이러스 찌꺼기라도 싣고 왔을까봐 오자마자 모든 소지품과 가방, 안경까지 알코올로 소독하고 깨끗이 씻고 옷은 따로 빨아서 통풍이 잘되는 베란다에 슝 걸어두었습니다. 그리고 2주간 엄마와 식사도 따로, 욕실도 따로 이용했어요. 결국엔 서운한 엄마가 눈물을 보이셨지만 그래도 자칫 바이러스 옮겨 아픈 시간을 보내는 것보단 낫겠다는 생각에 자비란 없었습니다. ㅋㅋㅋ

2주가 잘 지나고 바로 푸켓으로 가야하는 날짜인데 코로나 바이러스가 또 비행 스케줄에 발목을 잡는 바람에 비행기표를 급 취소하고 한국에 며칠 더 머무르게 되었습니다.

우리나라도 오늘 156명의 확진자를 기록하고 지역사회 감염자가 나오면서 더는 해외 입국자만을 대상으로 검역을 실시해서는 안되는 수준이 되어버렸네요. 우리 모두 이런 힘든 시기는 하루, 이틀 붐처럼 일어났다가 사그라지는 이벤트성이라 생각하지 않고 완전히 종식될 때까지 더 참고 꾸준히 서로서로 할 수 있는 예방을 실천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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