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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생활/Phuket

사뚠(Satun)으로 비자런 다녀온 날, 공포의 비자런 가는 길

by Anchou 2018. 7. 20.

일주일이 너무 후다닥 지나갔습니다. 지난 한 주간 이런저런 일들이 많았지만 가장 큰 일은 바로 비자런을 다녀온 겁니다.

푸켓은 섬이지만 태국 내륙지역과 다리로 연결되어 육로 이동이 가능하고 라오스, 미얀마, 말레이시아의 국경과도 맞닿아 있기 때문에 자동차로 비교적 쉽게 오갈 수 있습니다. 저는 워크퍼밋이 있고 1년짜리 논비(Non-B) 비자를 가지고 있지만 조금 특수한 경우라서 90일에 한 번씩은 출국 스탬프를 찍어줘야 합니다. 보통 워크퍼밋과 논비 비자를 가지고 있으면 지역의 출입국 사무소에서 스탬프를 받으면 되는데 저흰 3개월에 한 번씩은 꼭 나가야 하니 돈과 시간 모두 낭비가 아닐 수 없답니다. 게다가 요즘들어 비자 심사가 더욱 까다로워져서 워크퍼밋이 있어도 non-B 비자 갱신을 3개월짜리만 해주는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라오스나 미얀마 국적의 사람들에게는 신규 비자 발급도 잘 안해준다고 해요. 이런 상황이라면 3개월에 한번씩 페낭 영사관을 방문해야 하고 그에 맞는 서류 준비를 위해 회계사 사무실이나 법률 사무소에서 번번이 회사 증빙서류를 요청해야 합니다. 영사관의 비자 갱신 업무는 보통 당일 처리되지 않기 때문에 1박2일이 소요되고, 제출 서류를 준비하려면 때마다 회계사 사무실을 통해 수임료를 지불해야 하는데 이 일을 3개월마다 반복할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골치가 아픕니다. 제 비자는 아직 10월까지 갱신 기간이 남아있지만 여러가지로 태국에서 장기 체류하는 외국인들은 더 생활이 팍팍해지고 있습니다.



예전엔 3개월 비자런 시기 때마다 비행기를 타고 여기저기 여행도 다니고 그랬었는데 이 돈도 만만치 않아서 얼마 전부터는 가장 저렴한 버스(미니밴) 비자런을 이용하고 있습니다. 사실 육로를 이용한 비자런은 좀 위험해요. 특히 미니밴을 타고 가는 전문 비자런 회사들의 서비스는 더욱 그렇습니다. 일년에도 몇 번씩 과속으로 비자런을 다녀오던 미니밴의 사고 소식을 접하게 됩니다. 다른 지역은 잘 모르겠지만 푸켓은 외국인들 사이에서도 비자런 운전자들이 차를 미친듯이 몬다는 걸로 아주 유명하답니다. 사고가 복불복으로 발생한다고나 할까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싼 맛에 이용하는거죠.



제가 이용한 비자런 회사는 KBV visa run입니다. 말레이시아 사뚠으로 다녀오는 일정인데요. 전에 갔을 때엔 1,900밧이었는데 이번엔 1,800밧에 딜! 아침 5시 15분에 버스에 올랐는데 명당자리는 이미 웃돈을 얹어서 부킹이 되어 있는 상황이고 그나마 괜찮은 자리들도 미리 탑승한 사람들이 선점했지 뭐에요. 흑. 그래서 운전석 라인 가장 뒷라인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사뚠 가는 길. 지금껏 탔던 차들 중에서 가장 무서운 속도로 질주! 실제로 보면 후덜덜합니다. 맨 뒷자리에 앉아있으면 엉덩이가 공중으로 붕하고 뜨는 경험이 가능합니다.



생각보다 너무나 일찍 도착한 사뚠. 두 나라의 이미그래이션이 철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약 100여 미터 정도 떨어져 있습니다. 태국 입국할 때 작성했던 Departure card를 분실하는 바람에 다시 작성해야 해서 제가 가장 꼴찌로 도장을 찍고 왔습니다. 태국의 출국 이미그래이션을 거쳐 말레이시아의 이미그래이션에 도착. 위 사진처럼 입국과 출국장이 나란히 두 줄로 나뉘어 한 줄에서는 입국, 다른 한 줄에서는 출국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마치 시골의 버스 터미널을 보는듯.



제가 줄을 선 왼쪽편으로는 이렇게 두 국가를 왔다갔다하는 보도블럭과 차량 통행이 가능한 도로가 나란히 자리잡고 있습니다. 국경지역에서 말레이시아로 출퇴근하거나 태국으로 출퇴근하는 근로자들이 많이 보입니다. 아마도 그 사람들에겐 여권에 찍는 스탬프가 마치 출근도장 쯤 되겠네요.



왼쪽 줄에 서서 말레이시아 입국 스탬프를 찍으면 곧바로 오른쪽 줄로 갈아탑니다. 말레이시아 땅은 여기에서 다 밟아보고 바로 출국입니다. 후다닥!

동남아 생활을 하면서 가장 답답했던 부분은 바로 일처리가 느려도 너무 느리다는 건데요. 이곳은 아주 속전속결입니다.



말레이시아 출국 스탬프를 찍고 다시 태국으로 다시 후다닥 오는 길에 찰칵! 국경을 이렇게 걸어서 넘을 수 있다니 몇 번을 경험해도 신기합니다.



태국쪽의 이미그래이션은 리모델링되어 조금 더 깔끔합니다. 새로운 국왕의 사진도 보이네요.



태국의 이미그래이션도 조금 전 말레이시아와 마찬가지로 버스 터미널의 비주얼을 하고 있습니다. 말레이시아의 이미그래이션은 그렇지 않았지만 지난번 비자런 때까지만 해도 육로로 들어오는 태국의 이미그래이션에서는 여권 안에 100~200밧 정도의 팁을 껴주는 것이 관행이었습니다. 돈이 없는 여권은 문제가 없어도 계속 꼬투리를 잡고 통과시켜주지 않는 일이 비일비재이다 보니 비자런 회사나 중국인 단체 관광객를 싣고 온 회사들은 의무적으로 돈을 얼마씩 넣으라고 미리 대놓고 안내를 했었습니다. 이 육로 이미그래이션을 거치는 하루 관광객이 몇 천명에 달하니까 얼마나 큰 비리인지 짐작할 수 있겠죠. 그런데 이번엔 이런 뒷돈을 받지 않고 있었어요. 대 to the 박!



그리고 오버스테이에 대한 패널티가 좀더 세지고 강압적으로 바뀌었습니다. 예전에도 물론 오버스테이에 대한 패널티가 있긴 했지만 일주일~한 달 정도도 뒷돈을 주거나 벌금을 내면 눈감아주는 식이었는데 지금은 1~2일을 초과하여 오버된 기간에 대해 얄짤없이 추후 입국 거부는 물론 구금과 벌금, 그리고 강제 추방이 함께 진행된다고 합니다.



저는 빛의 속도로 태국 출국 - 말레이시아 입국 - 말레이시아 출국 - 태국 입국을 모두 마쳤습니다. 다행이 저와 함께 움직이는 버스 멤버들 모두 큰 문제 없이 무사 통과하는 덕에 더 빨리 일(?)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전엔 같은 차에 탄 멤버 중 한 두명은 꼭 오버스테이나 관광비자로 장기 체류를 계획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그 사람들 문제를 해결하느라 몇 십분씩 지체되곤 했었거든요.



버스 멤버 모두 일정보다 너무 일찍 거사를 마친 덕에 잠시 차를 세우고 이미그래이션 근처에 있는 재래시장에서 과일도 사고 간식도 사는 여유를 좀 부릴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는 곧장 점심이 예약된 식당으로 고고씽! 항상 하는 식당이 정해져 있었는데 이번엔 식당도 조금 달랐어요.



미리 주문해둔 메뉴인 새우볶음밥이에요. 메뉴 약 12가지 중에서 한가지를 고르는 거였는데 전 매운 카레 덮밥류를 먹고싶었지만 매운걸 먹으면 콧물이 자꾸 나는 바람에... 그냥 무난한 새볶을 선택. 밥도 적당히 고슬하고 무난한 맛입니다. 이런 볶음밥류에서 열일하는건 역시나 계란후라이에요. 태국 달걀은 신선해서 노른자가 개나리색보다 진하고 탱글합니다. 반숙으로 후라이된 계란후라이를 탁 터뜨려서 밥에 비빈 후 라임을 촥촥 뿌려주면 고소하면서 신선한 맛이 배가 됩니다. ㅎㅎ



밥을 또 후다닥 먹고 미친듯 달리는 기사님. 맨 뒷자리에서 12시간 넘게 디스코팡팡을 타고 있는 기분이었어요. 오죽하면 바로 앞에 앉았던 러시아 아주머니가 깜짝 놀라서 비명을 지르기도 했답니다. 다행이 살아서 푸켓에 입성했습니다. 잠깐 들른 휴게소.



태국의 고속도로엔 이렇게 주유소와 휴게소가 함께 위치해 있는데 조금 규모가 큰 휴게소에는 패스트푸드점부터 카페, 식당, 기념품샵 등 우리나라 휴게소와 크게 다르지 않답니다. 하지만 저희 기사님은 저녁에 무슨 약속이 있는지 그런 큰 휴게소로 가지 않고 주유소에 화장실만 딸랑 있는 곳만 잘 골라서 세워줬네요. 할게 딱히 없으니 그냥 다시 탑승. ㅎㅎㅎ



이렇게 해가 뉘엇뉘엇 질때 즈음 푸켓에 도착하다니 정말 어메이징합니다. 보통 비자런 회사를 통해서 다녀오면 5시~6시쯤 출발해서 밤 10시~12시경에 집에 도착하는데 7시도 안되어서 집에 도착했어요. ㅋㅋㅋ 집에서 기다리던 신랑이 깜짝 놀랐죠. 정말 다녀온게 맞냐면서요.



요건 마지막 휴게소에서 찍었던 뱀모양의 구름이에요. 평정심을 찾으려 찍었던...

디스코팡팡을 너무 오래 탔는지 다다음날까지도 허리랑 목이 너무 아파서 고생 좀 했네요. 지금은 웃으면서 이야기할 수 있지만 난폭운전이 너무나 무서웠던 비자런 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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