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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생활/스피츠 일기

태국에서 태어난 강아지 스피츠 달둥이

by Anchou 2017. 12. 2.


안녕하세요.

우리 부부와 함께 살고있는 달둥이에요.

갑작스레 이 카테고리를 추가한 이유가 있는데요.

바로 오늘이 달둥이를 데려온지 딱 2년째되는 날이기 때문이에요.

그래도 우리 가족인데 어떤 방식으로든 추억으로 남겨두고 싶었습니다.

(사실 달둥이를 키운다기 보다는 모시고 산다는 표현이 더 적절할 것 같아요.)

지금은 위 사진처럼 저렇게 어엿한 숙녀의 모습으로 아주 잘 커줬습니다.

지금이 딱 리즈 갱신 시절인지 매일 동네 숫컷 개들이 저희집 앞에서 많이 알짱대고 있답니다.

얼마 전엔 앞집 개가 저희집으로 순식간에 뛰쳐 들어와서 달둥이를 덮치는 바람에 주인에게 끌려가는 사건도 있었어요. ㅋㅋ



2년 전,

우리 부부는 울타리 살 돈을 아끼려고 주방기구 파는 곳에서 벽에 거는 철재 망을 4개 사서 타이 끈으로 이어 울타리를 치고, 달둥이를 데려오려는 준비를 했습니다. 어디서 본건 있어서 물통과 작은 쉬매트, 그리고 싸구려 장난감 몇 개도 준비해뒀죠. 그리곤 시장으로 갔습니다. 꼬질꼬질 케이지에서 나좀 데려가 달라고 외치던 달둥이가 어느 순간 갑자기 시무룩해져서 구석에 찌그러져 있는 모습이 짠해 데려오게 되었죠. 불과 2년 전에는 정말이지 반려견에 대한 지식이 거의 없는 상태였어요.

(만약 잘 알았다면 우리부부는 쏘이독에서 길거리 강아지를 입양했을거라 달둥이와 인연이 되지 않았을 겁니다. 그래도 절대 후회는 없어요.)

위 사진은 처음 달둥이가 우리집에 온 날이었습니다. 곰인형만큼 작은 녀석은 어찌나 냄새가 나고 꼬질하던지 ㅋㅋ

게다가 귀도 접히고 눈물자국도엄청 심했었어요. 똥개인줄 알았지만 스피츠라더라구요.



그렇게 데려온 달둥이를 씻기고 나서야 집에 식구가 생겼다는 실감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물통도 달둥이에겐 너무 컸나봐요. 물통에 세수하면서 자고 있는 모습도 너무 귀엽기만 했지요. 핑크핑크한 것도 모두 너무 신기했어요.

그때부터 우리 부부는 부랴부랴 스피츠에 대한 공부와 반려견에 대해 열공하기 시작했습니다.

스피츠 카페에도 가입을 했죠.

그런데 공지사항부터가 심상치 않았어요. "스피츠를 절대 키우면 안되는 이유" 라니!!!

스피츠라는 견종이 키우는 견주들 대부분 공감할 정도로 비공식적인 악동견이었던 것.

게다가 이중모견인 탓에 털 뿜뿜은 기본이라 유기되는 경우도 많은 견종 중 하나라는 것.

이런 내용들을 접하면서 미리 겁도 났었죠.

우리부부는 달둥이 입장에서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소통하면서 계속 배워나갔더니 벌써 2년이 훌쩍 지났고, 달둥이는 예민하고 겁도 많긴 하지만 그래도 처음 겁먹었던 이유가 무색할만큼 예쁜 모습으로 지금 우리 옆에 있습니다.

참고로 저희 부부는 '세상에 나쁜개는 없다' 애청자에요. ㅎㅎ

달둥이를 훈육하는데 있어 그 프로그램의 도움이 아주아주 컸습니다.

사실 훈육이라는 표현도 부끄럽습니다.

말을 징그럽게 안듣거든요.

그냥 '달둥이를 더 이해하는데 있어' 라는 표현이 맞을 것 같아요.



당시만 해도 여러 견주 블로거들은 강아지를 데려오면 울타리를 쳐서 분리와 배변 교육을 시켜야 좋다는 말에 울타리를 만들었던 것인데 달둥이는 오자마자 이 울타리를 힘들어했습니다. 저 탈출 의지가 보이시나요? 아침에 자고 나왔더니 거실에서 혼자 클라이밍을 하다 딱 걸렸을 때입니다. 웃기기도 하면서 귀가 쫑긋 선 모습을 보고 '우와!' 했던 기억도 나네요.

한 3일간은 저렇게 귀여운 애를 가둬 두었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왜 그랬었는지.

그래서 배변과 분리 교육이 잘 되었냐구요? 아뇨. 1도 되지 않았습니다.

쉬, 응가는 그냥 프리스타일로 싸고, 어찌나 낑낑거리는지 나중에는 저 철조망을 이빨로 물어뜯다가 주둥이가 끼어서 틀니 끼고 살아갈뻔 했습니다.

그렇게 울타리 안에서 이틀 정도를 보낸 것 같아요.

그러다가 블로그 이웃 한 분께서 울타리에 거부감이 들면 안된다고 해서 울타리 문을 열어두기 시작했죠.

달둥이 녀석, 물마실 때만 잘 들어가고 배변은 여전히 프리스타일이더라구요.

아무것도 의미없다는 결론을 내리고는 과감히 울타리를 치워버렸습니다.

그리곤 달둥이를 졸졸 쫒아다니다가 쉬할 것 같을 때 들어서 배변판에 올려놓고 한 방울이라도 싸면 폭풍 칭찬을 해주었습니다.

그랬더니 한 두번 씩, 나중에는 두 세번 씩, 조금씩 조금씩 배변판에 쉬를 하게 되었습니다.

그날이 오기까지 휴지 참 많이도 썼지요. 기다려주면 언젠가는 다 해냈습니다. 기특하게도 말이죠.

지금은 새벽에 자다가도 눈을 반쯤만 뜬 채로 쉬판에 쉬를 잘 하고 옵니다.

지금도 가끔은 어릴적 달둥이가 생각나서 어미 개처럼 제가 품어주고 제 턱으로 여기저기 스다듬어주기도 해요. 일찍 어미랑 떨어진 달둥이가 나를 완전한 엄마로 생각하라구요.


이렇게 이제는 서로에 대해 이해하는 부분이 더 많아지고 없어서는 안될 완벽한 우리 가족이 된 달둥이.

지난 2년 동안, 그리고 앞으로 쭈욱 생길 에피소드들을 이 곳에 저장해두고 나중에 하나씩 꺼내어 보렵니다.

오래오래 행복하자.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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