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의 나는 ESTJ형 인간이라고 한다.
지극히 현실적이고 계획적이며 메마른 갬성... 그런 유형의 40대 여자.
문득 지난 여름 만났던 대학 동기들이 했던 말이 생각난다.
대학 시절의 나와 지금의 내가 무척 달라졌다는 것. 그 이야기를 듣는데 왠지 모를 서글픔이 느껴졌다.
다들 그대로인데 나는 왜 생계형 로봇이 되었을까.
대체 언제부터 변하기 시작했을까?
나는 누군가 하는 이야기를 되뇌며 생각하는 소심한 버릇이 있는데,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은 이후부터 지금까지도 종종 그 말이 떠오르면서 한편으로는 내가 언제부터 변하기 시작한 건지 예전의 나를 떠올리는 중이다.
앞만 보던 20대의 나는 40대가 이렇게 빨리 올줄 몰랐었다. ㅋㅋ
그리고 나의 40대는 분명 지금보다 빛날 줄 알았고, 굴곡 없이 서서히 올라가는 언덕 같을 줄 알았다. 전부 오만한 착각이었지만.
30대 초반부터 시작된 파도타기는 아직까지 ing이다.
여기까지가 바닥인줄 알았는데 지하 땅굴이 있었고 ㅋㅋ 이제 높이 날아오르나 싶었는데 될듯말듯 약이 오르면서 40대가 되었다.
42살- 발돋움 할 수 있는 시간과 기회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압박감이 있다. 또한 다른 또래들보다 이루어 놓은게 없다는 생각에 초조함도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더 감정의 여유를 두지 않으려고 노력 중이긴 하다.
이런 생각들이 쌓여서 나의 성향까지 바꾸어 버리다니. 내 자신이 안쓰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뭔가 차곡차곡 쌓이는 '누적'의 힘이 대단하다는 생각도 든다.
내가 책임져야 할 생명체 하나.
생명체 둘. ㅋㅋ
이런저런 일들을 겪으면서 내가 가진 감성의 스펙트럼은 긍정보다는 부정적인 부분으로 퍼져있다는 걸 알았다. 그래서 더 깊은 감정의 늪에 빠지지 않고, 적당히 기어나오는 법을 터득했나 보다. 이런 연습(?)으로 잃은 것도 있지만 분명 얻은 점도 있다.
아마도 당분간은 ESTJ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 같긴 하다. 그치만 가끔은 말랑한 사고를 잃지 않도록 숨도 쉬어줘야겠지.
다시 MBTI가 바뀔 날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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