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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이야기/TV+영화 이야기

웰메이드 드라마, 마더

by Anchou 2018. 3. 16.

보통 리메이크한 작품들은 뭐랄까 원작을 따라가지 못했다는 혹평을 듣는 경우가 많죠.

이번 tvN 드라마 '마더'도 일본 드라마를 원작으로 리메이크된 작품이었습니다. 솔직히 요즘 트렌드에 맞지 않는 무게감이 느껴지는 소재라서 큰 기대 없이 단지 '이보영'과 '이재윤'의 출연으로 시청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곤 빠르게 달려온 16부를 마지막으로 이번주 해피엔딩으로 종영을 했습니다.

그동안 8%대 이상의 시청률을 보여주던 tvN의 다른 인기 드라마보다는 적은 4%대의 시청률이었지만 낮은 시청률에 비해 너무 잘 만들어진 드라마 한 편이 또 탄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더 크지 않을까 합니다. 적어도 제 기준에서의 웨메이드 드라마인 '마더'도 제 TV카테고리에 기록해두기로 결정!

하... 사실 '슬기로운 감빵생활'도 아직 포스팅하지 못했는데 말입니다. 그건 일단 Keeping하기로.



마더.

나를 낳아줬지만 나를 버린 엄마와 끝까지 나를 딸로 길러준 엄마, 둘 모두를 부정한 채로 살던 수진(이보영)은 임시로 들어간 학교에서 혜나(허율)라는 아이를 알게 됩니다. 가정에서 학대받고 학교에서 왕따 당해도 아무렇지 않은 척 감추던 아이, 결국 혜나는 친모와 그녀의 동거남에게 학대받다가 쓰레기 봉지에 싸여 버려지게 되고 이 장면을 목격한 수진은 혜나를 데리고 아이슬란드로 떠나려 합니다. 혜나의 손을 잡은 순간부터 그 아이의 엄마가 되어주기로 다짐하게 되죠.

한편 혜나는 실종 아동으로, 수진은 유괴범으로 몰리면서 상황은 그들을 벼랑 끝으로 몰고 가지만 이들이 경찰에 의해 붙잡히기 전까지 많은 사람들의 도움을 받게 되고, 그 과정에서 수진의 친모와도 재회하게 됩니다. 수진은 자신을 버렸다 생각했던 친모가 사실은 자신을 지키기 위해 선택했던 행동이었음을 알게 되죠. 그리고 그녀를 한결같은 사랑으로 길러준 영신(이혜영)의 마음도 또 다른 종류의 진짜 엄마 마음이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결국 경찰의 끈질긴 추적 끝에 혜나와 수진이 잡히게 되고, 혜나의 친모와 수진은 법정에 서게 됩니다. 다행이도 친모는 법정 구속을, 수진은 집행유예로 풀려나게 되지만 양모인 영신은 병세가 위중해지고, 집행유예 기간 동안 혜나와는 만날 수가 없는 상황입니다. 영신의 마지막 생을 정리하는 과정에 다른 친딸들 또한 입양아였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혜나가 시설에서 엄마(수진)이 보고싶어 혼자 영신의 집에 찾아오고 그날 밤 영신의 임종을 따뜻하게 지켜주게 됩니다.

혜나를 다시 시설로 보내면서 수진은 엄마의 마음으로 아파하며 혜나를 입양하기로 결심합니다. 어렵지만 백방으로 노력한 끝에 결국 진짜 혜나의 엄마가 되죠.

큰 줄거리는 이렇지만 그 스토리 안에서 씬마다 나타나는 복잡 미묘한 감정은 몇 줄의 글로 표현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가끔 혜나의 대사에서 '어린아이가 저런 중의적인 표현을 할 수 있을까?'하는 의아함이 없진 않았지만 대체적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씬에서 섬세한 연출도 좋았고, 군더더기 없는 스토리의 전개도 너무 좋았고, 배우들 한 명 한 명의 연기도 모두 훌륭해서 마지막까지 몰입하여 볼 수 있었습니다.



역시, 갓보영.

좋아하는 배우 지성이 선택한 그녀라서 좋아하게 되었죠. ㅎㅎㅎ 지금은 두 사람 모두 믿고 보는 배우가 되었습니다.




허율.

처음 나왔을 때 '아저씨'의 김새론 이미지가 강하기도 하고 연기톤이 너무 차분해서 '마스크만 비슷한 애 데려왔네' 싶었는데 점점 회가 지날수록 오히려 그 담담한 톤이 가슴 아픈 장면을 더 슬프게 만들어주더군요. 이대로 잘 키우면 크게 되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




이혜영.

이분은 언제나 센 역할로 나오셨었는데 이번엔 겉만 센 역할이었어요. 속은 모든 걸 진짜 품을 수 있는 진짜 엄마였습니다. 엄마는 위대하다고 하죠. 하지만 자신의 뱃속에서 10달을 품어 낳지 않은 아이를 어떻게 3명이나 한 평생 희생과 사랑으로 대할 수 있는지 너무나도 대단한 캐릭터였습니다.




혜나의 친모 자영(고성희).

혜나의 존재가 어느 순간부터 짐이라 느껴졌지만 한 가닥 남아있는 모성과 새로운 사랑 사이에서 결국 사랑에 기울어진 못난 여자입니다. 분명 수진을 버렸던 생모와는 전혀 다른 이유로 아이를 버린 여자. 하지만 그녀도 혜나를 축복이라 여겼던 때가 있었습니다.


묵직한 주제를 묵직하게 풀어냈지만 전형적인 묵직함이 아닌 그 안에서 따뜻함과 가족, 그리고 엄마, 인생에 대한 많은 이야기들이 농축되어 있는 웰메이드 드라마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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